물을 줬는데 바로 밑으로 콸콸 빠진다면, 흙이 물을 튕겨내고 있는 거예요
물을 줬는데 몇 초 만에 받침으로 콸콸 흘러나온 적 있으시죠. 그러면 보통 "속까지 다 적셨구나" 하고 넘어가게 되는데요,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아요. 물이 빨리 빠졌다는 건 물이 흙을 통과한 게 아니라 흙을 비껴 지나갔다는 뜻일 수 있거든요. ■ 흙은 너무 마르면 물을 튕겨내요 실내 배양토는 대부분 피트모스나 코코피트가 바탕이에요. 이 두 자재는 적당히 젖어 있을 때는 물을 잘 머금는데, 한 번 바짝 마르면 성질이 바뀌어서 물을 밀어내요. 마른 스펀지에 물을 확 부으면 처음엔 겉에서 또르르 굴러떨어지는 것과 비슷해요. 특히 피트모스는 이 성질이 강한 편이고, 코코피트는 상대적으로 물을 다시 먹는 편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여기에 하나가 더 겹쳐요. 흙이 마르면서 부피가 줄어 화분 안벽에서 살짝 떨어져요. 그러면 흙덩이와 화분 사이에 도넛 모양 틈이 생기고, 위에서 부은 물은 그 틈이라는 지름길로만 쭉 흘러내려요. 겉흙은 젖고 물은 콸콸 빠졌는데, 정작 뿌리가 있는 가운데 흙은 그대로 말라 있는 거예요. ■ 지금 그 상태인지 확인하는 법 두 가지만 보시면 돼요. 1. 물을 준 직후에 나무젓가락이나 손가락을 화분 가운데로 3~4cm 찔러 넣어 보세요. 겉 1cm만 축축하고 그 아래가 보송하면 확정이에요. 2. 물 주기 전과 후에 화분을 들어 보세요. 흙이 물을 먹었으면 눈에 띄게 무거워져요. 무게가 거의 그대로라면 물은 그냥 지나간 거예요. 잎이 축 처져 있으면 더 헷갈리는데요, 과습으로 뿌리가 상해도 잎이 처지고 목이 말라도 잎이 처져요. 겉모습만으로는 정말 구분이 안 돼요. 그래서 흙 속을 꼭 확인하고 판단하셔야 해요. ■ 되살리는 건 저면관수예요 화분보다 큰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화분 높이의 3분의 1에서 절반쯤 받아 두고, 화분을 통째로 담가 두세요. 작은 화분은 20~30분, 큰 화분은 한 시간쯤이면 겉흙까지 축축해져요. 겉흙이 젖는 게 다 빨아들였다는 신호예요. 꺼낸 다음에는 반드시 물을 완전히 빼 주세요. 받침에 고인 물에 화분을 계속 앉혀 두면 이번엔 진짜 과습이 돼요. 이건 살리는 방법이 아니라 응급처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 저면관수를 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 이미 과습으로 뿌리가 상한 화분: 흙에서 시큼하거나 썩은 냄새가 나면 담그지 마세요. 물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에요. - 뿌리파리가 나오고 있는 화분: 흙을 계속 축축하게 만드는 거라 오히려 번식을 도와요. - 에케베리아 같은 로제트형 다육: 잎 사이에 물이 고이면 무르니까 화분 아래쪽만 잠기게 하세요. - 여러 화분을 같은 물에 차례로 담그는 것: 한 화분에 병이나 벌레가 있으면 그 물이 그대로 옮겨 주는 길이 돼요. 의심스러운 화분은 따로, 마지막에 하세요. 그리고 저면관수만 계속 반복하면 비료 성분이 흙 위쪽에 하얗게 쌓여요. 한 달에 한 번쯤은 위에서 화분 밑으로 물이 넉넉히 빠져나오도록 흠뻑 주셔서 씻어 내 주세요. ■ 다시 그렇게 안 되게 하려면 - 완전히 바싹 마르기 전에 물을 주세요. 한 번 소수성이 되면 그다음부터는 매번 이 상태로 돌아가요. - 흙과 화분 벽 사이에 틈이 보이면 손가락으로 흙을 살살 눌러 메워 주세요. 지름길을 막는 것만으로도 꽤 달라져요. - 물을 한 번에 콸콸 붓지 말고, 조금 주고 30초 기다렸다가 또 주는 식으로 두세 번 나눠서 주세요. 마른 흙이 물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요. - 2~3년 지난 흙은 잘게 부서지면서 물길이 굳어져요. 이 증상이 자꾸 반복되면 흙 자체를 갈아 주는 게 답일 때가 많아요. 배합에 펄라이트를 섞으면 흙이 덜 뭉치고, 바탕을 코코피트 쪽으로 잡으면 다시 젖는 게 좀 수월해요. ■ 9월 초라 더 자주 보이는 이유 여름 내내 에어컨 바람과 통풍으로 화분이 평소보다 바짝 말랐던 집이 많아요. 그 상태에서 가을로 넘어가면 이제는 흙이 마르는 속도가 느려지는데, 손은 여름 감각으로 물을 주게 되거든요. 겉만 젖고 속은 계속 목마른 채로 지나가기 딱 좋은 시기예요. (한국 실내 기준이고, 흙 배합이나 화분 재질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이번 주에 물 주실 때 딱 한 번만, 준 직후에 젓가락을 찔러 보세요. 생각과 다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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