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에요. 여름 내내 실내 안쪽에 두었던 다육이를 오늘 한번 들여다보세요. 목이 쭉 길어지고 잎 사이가 벌어져 있다면, 그건 병이 아니라 빛이 모자랐다는 기록이에요. 한국 실내 기준이고, 지금(9월 초)에 맞춘 이야기예요. ■ 먼저 웃자람이 맞는지부터 봐요 종마다 정상 모양이 달라서, 늘어졌다고 다 웃자람은 아니에요. · 에케베리아(Echeveria) — 잎이 장미꽃처럼 촘촘히 겹치는 게 정상이에요. 잎과 잎 사이(마디)가 눈에 띄게 벌어지고 아래쪽 목이 드러났다면 웃자람이 맞아요. · 세덤(Sedum) — 헷갈리기 쉬워요. 애초에 줄기가 길게 뻗는 종(러브체인처럼 늘어뜨려 키우는 것들)이 있어서, 길다는 것만으로는 판단이 안 돼요. 잎 색이 연해지고 잎 사이 간격이 예전보다 벌어졌는지를 보세요. · 하월시아(Haworthia / Haworthiopsis) — 이 아이는 목이 길어지는 대신 잎이 위로 가늘게 서고 색이 옅어져요. 아래 자르는 이야기는 하월시아에는 해당하지 않아요. ■ 이미 길어진 부분은 돌아오지 않아요 여기가 제일 중요해요. 빛을 다시 줘도 늘어난 마디가 다시 오므라들지는 않아요. 앞으로 나오는 새 잎만 촘촘하게 나와요.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예요 — 자리를 바꾸는 것, 그리고 (종에 따라) 잘라서 다시 심는 것. ■ 1. 자리 옮기기 — 한 번에 옮기지 마세요 여름 내내 그늘에 있던 잎은 강한 볕에 적응이 안 돼 있어요. 갑자기 남향 창가 직광으로 내놓으면 잎이 하얗게 또는 갈색으로 타요. 그 자국도 돌아오지 않아요. 열흘쯤 나눠서 옮기세요. 처음 며칠은 밝지만 직광은 안 드는 자리, 그다음 오전 볕만 드는 자리, 그리고 창가 순서로요. 잎이 붉거나 진해지는 건 괜찮은 신호지만, 마른 반점이 생기면 한 단계 물러서세요. 하월시아는 여기서 갈려요. 하월시아는 밝은 그늘을 좋아해서 창가 직광까지 밀어붙이면 오히려 잎이 타요. 커튼 한 겹 뒤 정도가 좋아요. ■ 2. 잘라서 다시 심기 — 에케베리아, 그리고 줄기가 굵어진 세덤 목대가 길어진 에케베리아는 위쪽 머리(로제트)를 잘라 따로 심을 수 있어요. 순서는 이래요. 1) 머리 아래 2~3cm를 남기고 깨끗한 칼이나 가위로 자릅니다. 2) 자른 면을 그늘에서 3~7일 말려요. 단면이 꾸덕하게 마를 때까지요. 이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심으면 그 자리부터 물러요. 3) 마른 다육 전용 흙에 얹듯이 심어요. 물은 심고 나서 일주일쯤 뒤에 처음 줍니다. 4) 남은 목대는 버리지 마세요. 자른 자리 아래에서 새 순이 여러 개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요. ■ 왜 지금이냐면 자른 머리가 뿌리를 내리려면 아직 따뜻할 때여야 해요. 날이 서늘해진 뒤에 자르면 뿌리를 못 내린 채로 겨울을 만나요. 다만 "며칠까지"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워요. 집 안 온도와 지역에 따라 달라서, 저희 기준으로는 9월 안에 하시는 걸 권하고 10월로 넘어가면 봄까지 기다리시는 편이 안전해요. ■ 흙은 물 빠지는 쪽으로 자른 머리를 일반 배양토에 심으면 물이 오래 남아서 단면부터 물러요. 다육·선인장용 흙처럼 알갱이가 굵은 것을 쓰시고, 여기에 마사토를 섞으면 물 빠짐이 더 좋아져요. ■ 안전 — 자르기 전에 확인하세요 다육이라 불리는 것 중에 대극과(Euphorbia, 유포르비아)가 섞여 있어요. 기린각·백각기린 같은 것들이요.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오는데 피부와 눈에 자극이 있고 반려동물이 핥으면 위험해요. 잘랐을 때 흰 즙이 나오면 그건 위 방법이 아니라 다른 관리가 필요한 종이니, 장갑을 끼고 아이·반려동물이 없는 곳에서 다루세요. 에케베리아·하월시아·세덤은 이런 유액이 나오지 않아요. 다만 어떤 식물이든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으니, 갉아 먹는 습관이 있는 아이라면 손이 안 닿는 자리에 두세요. ■ 오늘 할 것 들여다보고 웃자람이 맞는지만 확인하세요. 자르는 건 이번 주말에 하셔도 늦지 않아요. 대신 자리 옮기기는 오늘부터 조금씩 시작하시는 게 좋아요 — 열흘이 걸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