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에 먼지가 뿌옇게 앉는 계절이에요. 여름 내내 에어컨 바람을 맞은 실내 식물은 잎 위에 미세한 먼지가 층으로 쌓여 있어요. 닦아주는 것 자체는 좋습니다. 문제는 무엇으로 닦느냐예요. 우유나 맥주, 마요네즈, 식용유를 묻혀 닦으면 잎이 반짝인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실제로 반짝이는 건 맞아요. 그런데 그 반짝임이 바로 문제의 신호입니다. ■ 반짝이는 이유는 '뭔가 남아 있어서'예요 물로 닦은 잎은 마르고 나면 원래의 잎 색으로 돌아가요. 우유나 기름으로 닦은 잎이 계속 반짝이는 건, 잎 표면에 얇은 막이 그대로 남아 빛을 고르게 반사하기 때문이에요. 즉 반짝임은 깨끗해진 표시가 아니라 잔여물이 남았다는 표시예요. ■ 그 막이 하는 일 첫째, 먼지를 더 붙잡아요. 우유의 지방과 단백질, 맥주의 당분, 기름은 마르면서 끈적해집니다. 일주일쯤 지나면 닦기 전보다 오히려 더 뿌옇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둘째, 벌레가 자리 잡기 좋은 표면이 돼요. 깍지벌레와 응애는 끈적하고 먼지가 얹힌 잎에 잘 붙어요. 특히 통풍이 안 되는 자리에서는 그 위에 곰팡이가 끼기도 합니다. 셋째, 빛과 가스 교환에 손해예요. 잎 앞면에 남은 막은 빛을 가려요. 그리고 관엽식물은 기공이 대부분 잎 뒷면에 몰려 있는데, 뒷면까지 꼼꼼히 닦는 분들이 많아서 그 면을 덮게 됩니다. '우유가 병을 막아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노지 작물의 흰가루병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나온 이야기예요. 실내 관엽식물의 잎 광택 목적과는 다른 맥락이고, 실내에서 같은 효과가 있는지는 저도 단정해서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시중의 잎광택 스프레이도 원리는 같아요. 왁스나 실리콘 계열 성분이 막을 만들어 반짝이게 하는 것이라, 잔여물이 남는다는 점은 우유와 다르지 않습니다. ■ 물이면 충분해요 미지근한 물에 부드러운 천을 적셔 꼭 짠 다음, 한 손으로 잎을 받치고 한 방향으로 닦아주세요. 잎자루 쪽에서 잎끝 방향으로요. 뒷면도 같은 천으로 가볍게 한 번. 물기는 그대로 말려도 되고, 물자국이 신경 쓰이면 마른 천으로 한 번 더 훑어주면 돼요. 한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 종에 따라 닦으면 안 되는 것이 있어요 닦아도 되는 종 — 인도고무나무(Ficus elastica), 몬스테라 델리시오사(Monstera deliciosa), 스킨답서스(Epipremnum aureum), 산세베리아(Dracaena trifasciata). 잎이 두껍고 표면이 매끈하며 털이 없는 종들이에요. 닦으면 안 되는 종 — 아프리카바이올렛(Saintpaulia), 벨벳 질감의 필로덴드론 미칸스(Philodendron hederaceum var. hederaceum), 칼라데아(Calathea, 현재는 상당수가 Goeppertia 속으로 재분류됐어요). 이 종들은 잎에 잔털이 있거나 표면 구조 자체가 광택을 만드는 구조라, 천으로 문지르면 그 부분이 눌려 얼룩처럼 남아요. 이런 종은 부드러운 붓이나 마른 솔로 먼지만 털어내는 편이 나아요. 수염틸란드시아(Tillandsia usneoides) 같은 에어플랜트는 잎 전체가 물을 흡수하는 미세한 비늘로 덮여 있어서, 닦는 행위 자체가 손상이에요. 손대지 마세요. ■ 닦기 전에 알아두실 것 고무나무 종류(Ficus)는 잎이나 줄기가 상하면 흰 유액이 나오는데, 피부에 닿으면 자극이 될 수 있어요. 닦다가 잎이 찢어졌다면 그 부분은 만지지 말고, 끝나면 손을 씻어주세요.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는 수산칼슘 침상결정이 있어서 강아지나 고양이, 아이가 씹으면 입안이 심하게 아파요. 잎을 닦는 동안 아이나 반려동물이 옆에서 잎을 물지 않도록 봐주세요. 정리하면, 잎을 닦아주는 건 좋은 일이에요. 다만 잎에 무언가를 남기는 방법은 그 순간만 예쁘고 그다음이 길어요. 미지근한 물과 천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