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은주예요. 한국 실내 기준, 8월 말에 쓰는 글이에요. 잎끝이 갈색으로 마르길래 아침저녁으로 분무를 해줬는데, 몇 주가 지나도 그대로인 경우가 있어요. 분무를 게을리해서가 아니라, 분무로는 애초에 습도가 잘 안 올라가서 그래요. [분무는 왜 습도를 못 올릴까요] 습도는 잎 표면이 아니라 방 전체 공기가 머금은 수증기량이에요. 분무기로 뿌리는 몇 밀리리터는 방 부피에 비하면 아주 적은 양이고, 잎에 붙은 물방울은 곧 마르거나 떨어져요. 잎 바로 옆 습도가 잠깐 오르긴 하는데, 얼마나 오래 가는지는 방 크기·환기·온도에 따라 달라서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워요. 다만 하루 두 번 뿌리는 것으로 하루 종일 습도가 유지되지는 않아요. [그럼 잎끝은 왜 마를까요]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서, 습도만 올린다고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 1. 뿌리가 상해서 물을 못 올리는 경우 과습으로 잔뿌리가 상하면 흙은 젖어 있는데 잎은 마르는, 얼핏 앞뒤가 안 맞는 모습이 나와요. 이게 생각보다 흔해요. 흙이 계속 축축한데 잎끝이 마른다면 습도가 아니라 뿌리를 먼저 의심하세요. ■ 2. 진짜로 공기가 건조한 경우 한국에서 이게 문제가 되는 건 대부분 난방을 켜는 11월 이후예요. 지금 같은 8월 말에 실내가 만성적으로 건조한 경우는 드물어요. ■ 3. 물 속 염류와 비료가 쌓인 경우 칼라데아 종류(Goeppertia, 예전 Calathea)나 드라세나 계열에서 흔해요. 잎끝만 딱 갈색으로 타들어가는 모습이면 이쪽일 때가 많아요. 물을 줄 때 화분 아래로 충분히 흘러나올 만큼 줘서 쌓인 염류를 씻어내 주세요. [분무가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어요] 잎에 물이 고인 채로 밤을 넘기면 세균성·곰팡이성 반점이 생기기 쉬워요. 특히 이런 식물은 분무를 피하는 게 나아요. · 잎에 잔털이 있는 종 — 아프리칸바이올렛(Saintpaulia ionantha), 에피스시아(Episcia cupreata), 털이 있는 베고니아 종류. 털 사이에 물이 오래 남아요. · 다육식물과 선인장 — 잎과 줄기에 물이 고이면 무르기 쉬워요. 지금은 바깥 습도가 높은 시기라 더 그래요. 에어컨을 켜고 창을 닫아둔 방은 습도는 있는데 공기가 거의 안 움직여요. 거기에 잎까지 젖어 있으면 곰팡이가 오기 딱 좋은 조건이에요. [그럼 뭘 해야 할까요] 먼저 습도계로 재보세요. 이게 제일 중요해요. 잎끝이 말랐다는 이유만으로 습도 탓을 하고 시작하면, 정작 원인인 뿌리나 염류는 그대로 남아요. 숫자를 보고 나서 판단하는 게 훨씬 빨라요. 습도가 실제로 낮게 나온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 화분을 여러 개 모아 두세요. 잎에서 나오는 수분이 그 주변 공기에 머물러요. 대신 잎끼리 너무 붙지 않게 사이를 띄워요. · 자갈 트레이는 화분 밖에 두세요. 넓은 받침에 자갈을 깔고 물을 부은 다음, 화분 바닥이 물에 닿지 않게 자갈 위에 올려요. 물에 닿으면 흙이 계속 물을 빨아올려서 과습이 돼요. 화분 안에 자갈을 까는 배수층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예요. · 겨울 난방철에는 가습기가 제일 확실해요. 분무 백 번보다 나아요. [정리하면] 분무는 습도 관리 방법이라기보다 잎의 먼지를 씻어내는 정도의 일이에요. 하고 싶으시면 아침에 하세요. 낮 동안 물기가 마를 시간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잎끝 마름의 원인은 눈으로 봐서 하나로 딱 가려지지 않아요. 흙이 젖어 있는지, 습도계 숫자가 몇인지, 마지막 분갈이가 언제였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사진과 함께 물어봐 주세요. 덧붙여, 베고니아와 드라세나는 반려동물이 씹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식물이에요. 강아지·고양이가 있는 집이면 손이 닿지 않는 자리에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