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한국 실내는 아직 덥고 습해요. 이맘때 화분에 곰팡이가 슬거나 작은 날벌레가 늘었다면, 흙에 뭘 얹어두셨는지부터 한번 봐주세요. 검색하면 자주 나오는 방법 세 가지가 있어요. 커피 찌꺼기 뿌리기, 계란 껍데기 넣기, 우유로 잎 닦기. 셋 다 밖(텃밭·퇴비더미)에서는 나름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데, 실내 화분에서는 거의 반대로 작동해요. 화분은 물이 빠질 곳도, 미생물이 일할 공간도, 바람도 모자란 닫힌 그릇이거든요. ■ 커피 찌꺼기 - 거름이 되기 전에 뿌리파리 산란 자리가 돼요 가장 큰 문제는 영양이 아니라 벌레예요. 뿌리파리(검정날개버섯파리, Sciaridae)는 축축한 유기물에 알을 낳아요. 젖은 커피 찌꺼기는 물을 오래 머금고 잘 안 마르는데, 그게 정확히 뿌리파리가 찾는 조건이에요. 부화한 유충은 유기물을 먹다가 잔뿌리까지 갉아요. 다 자란 식물은 버티지만, 삽목한 아이나 어린 개체는 여기서 주저앉아요. 두 번째는 물길이에요. 커피 찌꺼기는 입자가 아주 곱고 마르면서 서로 뭉쳐요. 겉흙에 얹어두면 한 겹 판처럼 굳어서 물이 스며들지 않고 화분 벽을 타고 옆으로 흘러버려요. 물을 준 것 같은데 속흙은 말라 있는, 제일 헷갈리는 상태가 여기서 만들어져요. "산성이라 좋다"는 말도 확인이 필요해요.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 산 성분은 대부분 물에 녹아 잔에 담겨 나가요. 남은 찌꺼기는 대체로 중성에 가깝고, 원두와 추출 방식에 따라 편차도 커요. 그리고 실내 관엽 대부분(스킨답서스 Epipremnum aureum, 몬스테라 델리시오사 Monstera deliciosa 같은)은 약산성~중성(pH 6.0~6.5) 범위면 충분해서 굳이 산성으로 만들 이유가 없어요. 산성 흙이 필요한 건 블루베리나 수국 쪽 이야기고, 그것도 커피 찌꺼기로 조절하지는 않아요. 카페인이나 페놀 성분이 어린 뿌리와 발아를 억제한다는 보고도 있어요. 다만 실내 화분에서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저도 단정할 만큼 정리된 자료를 못 봤어요. 확실한 건 위의 두 가지고, 그것만으로도 안 하시는 편이 나아요. 그리고 반려동물이 있는 집은 하나 더요. 카페인은 개와 고양이에게 독성이 있어요. 흙을 파헤치거나 떨어진 걸 주워 먹는 아이가 있다면, 겉흙에 커피 찌꺼기를 얹어두는 건 피해 주세요. 정 쓰고 싶으시다면 완전히 퇴비로 썩힌 뒤 노지나 텃밭 흙에 소량이에요. 생것을 실내 화분 겉흙에 뿌리는 것과는 아예 다른 일이에요. ■ 계란 껍데기 - 화분 안에서는 그 기간에 안 녹아요 계란 껍데기는 거의 탄산칼슘이에요. 물에 잘 안 녹아요. 잘게 부숴 넣어도 화분 흙 속에서 식물이 쓸 수 있는 형태로 분해되는 데는 아주 오래 걸려서, 실내 화분을 관리하는 기간(분갈이 주기로 보통 1~2년) 안에는 사실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대신 껍데기에 남은 흰자와 속막이 썩으면서 냄새가 나고 초파리·뿌리파리가 꼬여요. 얻는 것보다 치르는 게 커요. 칼슘이 정말 모자란 경우는 실내 화분에서 흔하지 않고, 눈으로 진단하기도 어려워요. 종합 액체비료에는 미량 요소가 이미 들어 있으니 그쪽이 훨씬 확실해요. ■ 우유로 잎 닦기 - 광택은 며칠, 냄새는 그보다 길어요 우유(그리고 맥주·마요네즈·식용유도 같은 이유로) 닦기는 바른 직후엔 반들거려요. 그런데 유지방과 단백질이 잎 표면에 남아 상하면서 냄새가 나고, 끈적한 막에 먼지가 더 달라붙어요. 잎의 기공을 막을 수도 있고요. 광택은 며칠 못 가요. 미지근한 물에 적신 부드러운 천으로 한 장씩 닦아주시는 게 제일 나아요. 잎이 큰 고무나무(Ficus elastica)나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는 이 습관 하나로 응애나 깍지벌레를 훨씬 일찍 발견하게 돼요. 닦으면서 잎 뒷면을 보게 되거든요. 털이 있는 잎은 예외예요. 아프리칸바이올렛(Saintpaulia)이나 에피스시아(Episcia)는 물수건으로 닦으면 물자국이 남고 잎이 상해요. 이런 아이들은 부드러운 붓으로 먼지만 털어주세요. ■ 그래서 뭘 하면 되나요 영양이 목적이라면, 지금은 생장기 끝자락이라 종합 액체비료를 표기된 배율보다 조금 더 묽게, 흙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 주시면 돼요. 마른 흙에 바로 주면 뿌리가 상해요. 9월 지나 기온이 떨어지면 횟수를 줄여가시고요. 벌레가 목적이라면, 겉흙 1~2cm를 마사토나 펄라이트 같은 무기 자재로 덮어주세요. 표면이 빨리 말라서 뿌리파리가 알 낳을 자리가 줄어들어요. 이미 날아다니는 게 보인다면 노란 끈끈이 트랩으로 성충을 잡고, 유충에는 Bacillus thuringiensis subsp. israelensis(Bti) 성분 제제를 물에 타서 관주해 주세요. 그리고 물 주는 간격을 늘려 겉흙이 확실히 마르게 하는 게 같이 가야 해요. 밖에서 되는 방법이 화분에서 안 되는 이유는 대개 하나예요. 화분은 잘못된 게 빠져나갈 데가 없는 그릇이라서요. 흙 위에 뭘 얹으실 땐 그게 마르는 것인지부터 봐주세요. 한국 실내 기준으로 쓴 글이에요. 온실이나 베란다처럼 조건이 다른 곳은 또 달라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