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라이트, 훈탄, 코코피트... 자재 이름은 아는데 뭘 섞을지 모르겠다면
분갈이하려고 자재 목록을 열면 펄라이트, 훈탄, 질석, 마사토, 코코피트, 피트모스, 적옥토, 녹소토... 이름만 스무 개가 넘어요. 그동안은 잎이 노래졌을 때 무엇을 확인할지를 주로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그 앞단 이야기를 해볼게요. 흙을 어떻게 담느냐가 그 증상의 절반쯤을 미리 정해버리거든요. 한국 실내 화분 기준이고, 노지나 온실은 조건이 달라요. 재료는 결국 두 가지 일만 해요 복잡해 보여도 자재는 두 갈래예요. 물을 머금는 것(보수)과 물을 흘려보내는 것(배수·통기). 나머지는 이 둘을 어떤 비율로 섞느냐의 문제고요. 그래서 재료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이건 어느 쪽이지"만 구분하면 대부분 해결돼요. 물을 흘려보내는 쪽 펄라이트 : 진주암을 구워 부풀린 하얀 알갱이예요. 아주 가볍고 물을 거의 머금지 않아요. 가장 무난하게 통기를 올리는 재료라 처음 사실 거면 이거 하나면 돼요. 가벼워서 물 줄 때 위로 뜨는 건 정상이에요. 마사토 : 화강암을 부순 거예요. 무겁고 배수가 빠르고 보수력은 거의 없어요. 키 큰 화분이 넘어지는 게 고민이면 무게 잡는 용도로도 좋아요. 세척된 것을 쓰세요, 안 씻긴 건 미세한 흙이 섞여 있어서 오히려 구멍을 막아요. 난석(휴가토) : 구멍이 숭숭한 경석이에요. 배수와 통기가 좋아서 난이나 착생식물에 많이 써요. 훈탄 : 왕겨를 태운 거예요. 통기를 올리면서 약간의 보수도 해요. 다만 알칼리성이라 많이 넣으면 흙의 pH가 올라가요. 블루베리처럼 산성을 좋아하는 식물엔 조심하시고, 관엽에는 전체의 10~20% 정도가 무난해요. 물을 머금는 쪽 코코피트 : 코코넛 껍질 섬유예요. 보수력이 좋고 pH가 중성에 가까워서 쓰기 편해요. 완전히 말라도 물을 비교적 잘 다시 먹는 게 큰 장점이에요. 피트모스 : 이탄이에요. 보수력은 코코피트보다 세지만 강한 산성(대개 pH 4 안팎)이라 성질이 달라요. 그리고 한 번 바싹 마르면 물을 튕겨내서, 물을 줘도 화분 옆으로만 흘러내리고 속은 마른 채로 있는 일이 생겨요. 그래서 저는 실내 관엽에는 코코피트를 더 권하는 편이에요. 질석(버미큘라이트) : 보수력과 양분을 붙잡는 힘이 좋아요. 대신 통기는 펄라이트보다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눌려서 부서져요. 씨앗 파종이나 삽목처럼 짧게 쓰는 자리에 잘 맞아요. 입자가 큰 쪽 바크 : 소나무 껍질이에요. 알갱이가 커서 뿌리 사이에 큰 공기 길을 만들어줘요. 호야, 디시디아, 안스리움처럼 원래 나무에 붙어 사는 식물에 필요한 재료예요. 다만 유기물이라 1~2년에 걸쳐 분해되면서 부피가 줄어요. 흙이 꺼졌다 싶으면 그때가 분갈이 시기예요. 적옥토, 녹소토, 동생사, 산야초 : 일본 분재와 다육 쪽에서 쓰는 화산성 자재들이에요. 적옥토는 보수와 배수의 균형이 좋고, 녹소토는 산성에 보수력이 커서 발근에 쓰고, 동생사는 배수가 빨라요. 다육이나 분재를 하실 게 아니면 처음부터 갖출 필요는 없어요. 그래서 뭘 사면 되나요 딱 세 봉지만 고르라면 배양토, 펄라이트, 바크예요. 일반 관엽(몬스테라, 필로덴드론, 스킨답서스 등)은 배양토 6 : 펄라이트 3 : 바크 1 정도면 무난해요. 화분이 잘 안 마르는 편이면 펄라이트를 더 늘리세요. 호야, 디시디아 같은 착생식물은 반대로 바크가 주인공이에요. 이건 지난번에 따로 말씀드렸어요. 다육과 선인장은 전용흙에 마사토나 펄라이트를 더 섞어서 더 빨리 마르게 해주세요. 고사리는 보수 쪽으로 기울여서 코코피트 비중을 올리시고요. 다만 고사리도 종에 따라 갈리니 그건 지난 글을 참고해 주세요. 비율은 외우는 게 아니에요 숫자는 출발점일 뿐이에요. 진짜 기준은 물 준 뒤 화분이 마르는 속도예요. 일주일이 지나도 속흙이 축축하면 배수 쪽을 늘리고, 이틀 만에 바싹 마르면 보수 쪽을 늘리면 돼요. 우리 집 창 방향, 바람, 화분 재질에 따라 정답이 다 달라서 남의 비율을 그대로 가져오면 잘 안 맞아요. 그리고 화분 바닥에 자갈만 따로 까는 배수층은 권하지 않아요. 이유는 지난번에 따로 적어뒀어요. 제가 모르는 것도 적어둘게요. 같은 이름으로 팔리는 자재도 산지와 입자 크기에 따라 성질이 꽤 달라요. 특히 코코피트는 염분 세척이 덜 된 제품이 섞여 있는데, 겉만 봐서는 구분이 안 돼요. 새로 산 코코피트로 바로 비싼 식물을 옮기기보다, 삽목이나 덜 아쉬운 화분에 먼저 써보시는 걸 권해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배합을 쓰고 계세요? 키우는 종이랑 섞는 비율을 적어주시면, 그 종에 맞는지 같이 봐드릴게요. 반대로 "우리 집 화분이 너무 안 마른다" 하시는 분도 화분 재질이랑 놓인 자리를 알려주시면 어느 재료를 늘리면 좋을지 말씀드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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