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라고 다 축축하게 키우면 안 돼요, 종에 따라 정반대예요
에어컨을 종일 켜는 8월 말이 되면 고사리 잎끝이 바삭하게 마른다는 이야기가 부쩍 늘어요. 그럴 때 가장 많이 듣는 답이 "고사리는 습한 걸 좋아하니까 물을 더 주세요"인데, 이건 반만 맞는 말이에요. 국내에 유통되는 고사리 중에는 오히려 흙이 마른 편을 좋아하는 종이 섞여 있거든요. 그 구분을 안 하고 똑같이 축축하게 두면, 잎끝은 계속 마르는데 뿌리는 물러 버리는 이상한 상태가 됩니다. 한국 실내, 여름에서 초가을 기준으로 정리해 볼게요. ■ 공중 습도는 좋아하지만 흙은 촉촉하면 안 되는 쪽 악어고사리(크로커다일고사리, Microsorum musifolium)가 여기 해당해요. 원래 나무줄기나 바위에 붙어 사는 착생성 고사리라, 뿌리가 늘 젖어 있는 걸 못 견딥니다. 잎끝이 마른다고 물 주는 양을 늘리면 오히려 나빠져요. 이 종은 물을 더 주는 게 아니라 흙을 굵게 바꾸는 쪽이 맞아요. 일반 배양토만 쓰면 물이 오래 머무니까, 바크와 펄라이트를 섞어 물이 쭉 빠지게 만들고 대신 물 주는 간격을 조금 짧게 가져갑니다. 화분 흙 표면이 아니라 손가락을 2~3cm 넣어서 속이 말랐을 때 주세요. ■ 아예 마른 편이 맞는 쪽 속눈썹고사리(Actiniopteris australis)나 페다타고사리(Doryopteris pedata)는 원산지에서 볕이 드는 바위틈, 물이 순식간에 빠지는 자리에 자라는 종이에요. 다른 고사리와 같은 흙, 같은 주기로 키우면 뿌리부터 물러요. 이 둘은 마사토나 펄라이트 비율을 확실히 높이고, 겉흙이 마른 뒤에도 하루 이틀 더 기다렸다 주는 편이 안전합니다. ■ 그런데 잎끝만 마른다면 흙이 아니라 바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자리는 잎 주변 습도가 계속 깎여서, 물을 아무리 잘 줘도 잎끝부터 갈색으로 말라요. 화분을 바람 경로에서 1m 정도만 비켜 놓아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잎끝만 갈색이고 새 잎은 계속 나오고 있다면 대개 이쪽이에요. 분무는 그 순간에만 습도가 올라가서 생각보다 효과가 짧아요. 자리를 바꾸는 게 먼저입니다. ■ 반려동물이 있다면 진짜 고사리류는 대체로 반려동물에 비교적 안전한 쪽으로 분류돼요. 다만 이름에 고사리가 붙었다고 다 고사리는 아닙니다. 아스파라거스고사리(Asparagus setaceus)는 고사리가 아니라 아스파라거스 속이고, 열매와 잎에 반려동물에게 문제가 되는 성분이 있어요. 이름만 보고 안심하지 마세요. ■ 솔직히 애매한 부분 국내 유통명은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 이름으로 다른 종이 오기도 해요. 특히 소품으로 파는 고사리는 이름표만으로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름보다 잎의 두께를 보는 편이 실용적이에요. 잎이 얇고 하늘하늘하면 습도를 좋아하는 쪽, 잎이 뻣뻣하고 두껍거나 뿌리 쪽이 다육질이면 마른 편을 좋아하는 쪽일 확률이 높습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물을 적게 주는 쪽으로 기울이세요. 마른 고사리는 대부분 살아나지만, 무른 뿌리는 되돌리기 어렵거든요. 키우고 계신 고사리 이름이랑 지금 증상을 댓글로 적어 주시면, 어느 쪽인지 같이 봐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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