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분갈이할 때 바닥에 자갈이나 마사토를 한 층 깔아두시는 분들 많으시죠. 저도 예전엔 그렇게 배웠어요. 그런데 이게 배수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뿌리 쪽 과습을 만들 수 있어요. [왜 그런가요] 흙 속의 물은 중력만으로 쭉 빠지지 않아요. 흙 입자 사이의 모세관력이 물을 붙잡고 있거든요. 그래서 고운 흙 아래에 굵은 자갈층이 있으면, 물이 그 경계에서 바로 내려가지 못하고 흙층이 충분히 젖을 때까지 위에 머물러요. 이렇게 물이 고여 있는 구간을 포화층이라고 불러요. 여기서 결과가 뒤집혀요. 배수층을 깔면 그만큼 흙이 차지할 높이가 줄어드니까, 포화층이 뿌리가 있는 자리까지 올라와요. 배수를 좋게 하려고 깐 층이 물 고이는 자리를 오히려 뿌리 쪽으로 밀어올린 셈이에요. 얕은 화분일수록 더 불리해요. 흙 높이가 낮으면 포화층이 화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거든요. [그럼 어떻게 하나요] 굵은 재료를 바닥에 깔지 말고 흙 전체에 섞으세요. 배수는 층이 만드는 게 아니라 흙 자체의 구조가 만들어요. . 펄라이트 : 가장 무난해요. 전체 부피의 20~30% 정도 섞어요 . 훈탄(왕겨숯) : 배수와 통기를 같이 잡아줘요 . 바크 : 호야, 디시디아처럼 뿌리가 공기를 좋아하는 식물에 써요 비율은 식물마다 달라요. 뿌리가 물을 좋아하는 관엽이면 펄라이트 20% 정도로 가볍게, 호야나 다육류면 훨씬 굵고 성기게 가는 식이에요. 한 가지 배합으로 전부 해결되진 않아요. [바닥에 뭘 까는 게 아예 의미 없나요] 한 가지는 쓸모 있어요. 배수구멍이 큰 화분에서 흙이 빠져나가는 걸 막는 용도요. 그건 자갈층 대신 화분망이나 부직포 한 장이면 충분해요. 두껍게 깔 필요가 없어요. 배수구멍이 아예 없는 화분은 이야기가 다른데요. 그건 배수층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구멍 있는 화분에 심고 예쁜 화분은 겉에 씌우는 쪽이 훨씬 안전해요. [받침에 고인 물이 진짜 원인일 때가 많아요] 배수층보다 더 자주 문제가 되는 게 이거예요. 물을 준 뒤 받침에 물이 남아 있으면 흙이 계속 그 물을 빨아올려요. 물 주고 10~20분쯤 뒤에 받침 물은 비워주세요. 이거 하나만 바꿔도 과습이 많이 줄어요. [지금 분갈이해도 되나요] 한국 실내 기준으로, 8월 하순은 분갈이하기 나쁘지 않은 때예요. 9월 중순까지는 뿌리가 자리 잡을 시간이 남아 있어서요. 그보다 늦어지면 뿌리가 안정되기 전에 기온이 떨어지니까, 그때는 무리하지 말고 봄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아요. 다만 지금 잎이 처져 있거나 병해충을 앓는 중이면 분갈이는 미루세요. 약해진 상태에서 뿌리를 건드리면 회복이 더 느려져요. 혹시 배수층 깔고 계셨던 분 계신가요? 다음 분갈이 때 한 번 안 깔고 비교해 보시면 차이가 느껴지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