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잎이 노래질 때, 물러질 때처럼 증상부터 짚는 글을 주로 썼는데요. 오늘은 증상이 생기기 전 이야기를 해볼게요. 한국 실내(아파트·주택) 8월 기준이에요. 장마가 끝나면서 실내가 두 가지로 확 달라졌어요. 한낮 햇빛이 세졌고, 에어컨을 계속 켜 두게 됐어요. 이 둘 때문에 **며칠 전까지 멀쩡하던 자리가 갑자기 안 맞는 자리가 되기도 해요.** ■ 에어컨 바람이 지나가는 자리 잎끝이나 잎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마르는데 **흙은 아직 축축하다면**, 물이 모자라서가 아닐 수 있어요. 찬 바람이 계속 닿으면 잎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뿌리가 올려주는 속도를 앞질러요. 습도를 좋아하는 종이 먼저 티가 나요. 악어고사리(Microsorum musifolium)처럼 잎이 넓고 얇은 고사리류, 그리고 칼라데아·마란타류(칼라데아는 최근 Goeppertia 속으로 재분류된 종이 많아요)가 그래요. 중요한 건 송풍구와의 거리보다 **바람이 지나가는 선상인지**예요. 3m 떨어져 있어도 바람길 정면이면 계속 맞고 있는 거예요. 얇은 리본을 하나 매달아 두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 한낮에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창가 장마 동안 흐린 빛에 적응해 있던 잎에 갑자기 직광이 닿으면, 하얗거나 갈색으로 마른 자국이 남아요. 이 자국은 **다시 초록으로 돌아오지 않아요.** 세포가 죽은 자리라서, 새 잎이 나오면서 대체될 뿐이에요. 그늘에서 잘 지내던 종일수록 잘 데요. 고사리류, 스파티필름, 칼라데아가 그래요. (스파티필름은 천남성과라 반려동물이나 아이가 씹으면 입안이 따갑고 아파요. 자리를 옮기실 때 손 닿는 높이인지도 같이 봐주세요.) 남향·서향 창이면 한낮에 레이스 커튼 한 겹이면 충분해요. 창에서 1m 안쪽으로 들이는 것도 방법이고요. ■ 반대로, 지금 더 밝은 데로 옮겨도 되는 것 호야 카노사(Hoya carnosa) 같은 호야류는 빛이 부족하면 잎만 나고 꽃대가 안 올라와요. 직광만 피한 밝은 자리, 그러니까 동향 창가나 남향 창에서 조금 안쪽이 좋아요. 다만 **한 번에 옮기지 말고 며칠에 걸쳐 조금씩** 밝은 쪽으로 옮겨 주세요. 사람 눈에는 비슷해 보여도 잎에는 꽤 큰 변화예요. ■ 자리를 옮겼다면 물 주기도 다시 봐요 이걸 놓치기 쉬워요. 바람이 없는 안쪽으로 들이면 흙이 훨씬 늦게 말라요. 전에 주던 간격 그대로 주면 이번엔 과습으로 가기 쉬워요. 옮기고 나서 2~3주는 달력이 아니라 흙을 만져 보고 주세요. 손가락을 2~3cm 넣어 보고 축축하면 하루이틀 더 기다리는 식으로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리에 따라 며칠 만에 표가 나는 종이 있고, 몇 주가 지나야 아는 종도 있어요. 그래서 "이 자리면 무조건 괜찮다"고는 못 드려요. 대신 옮긴 날짜를 화분에 적어 두시면, 나중에 원인을 되짚을 때 훨씬 수월해요. 여러분 집은 요즘 어느 쪽이 문제였나요? 에어컨 쪽인지 창가 쪽인지, 어떤 종을 키우고 계신지 댓글로 남겨 주시면 그 종에 맞춰 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