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잎이 노래질 때, 물러질 때 확인할 것들을 적었는데요. 사실 제일 쉬운 건 들이기 전에 거르는 거예요. 오늘은 강아지·고양이랑 같이 사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예요. 한국 실내 기준이고, 계절과는 상관없이 늘 해당돼요. 먼저 하나만 짚고 갈게요. 흔히 '독성 식물'이라고 한 덩어리로 묶는데, 위험의 급이 완전히 달라요. 입이 좀 아픈 것과 응급실 가는 것을 같은 말로 부르니까, 정작 진짜 위험한 걸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되더라고요. ■ 1급 — 소철류 (Cycas revoluta, Zamia 속) 이건 다른 것들과 급이 달라요. 소철·플로리다소철처럼 소철목에 드는 식물에는 사이카신(cycasin)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개가 삼키면 구토·설사에서 그치지 않고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특히 씨앗에 가장 많이 들어 있고, 잎이나 줄기에도 있어요. 해외 중독 사례 보고에서 치사율이 높게 나오는 식물이에요. 강아지가 있는 집이라면 저는 아예 들이지 않는 쪽을 권해요. 소철 자체는 튼튼하고 키우기 쉬운 좋은 식물이지만, 그건 반려동물이 없는 집 이야기예요. 이미 키우고 있다면 개가 절대 닿지 못하는 방에 두시고, 떨어진 잎 조각도 바로 치워주세요. ■ 2급 — 천남성과 (몬스테라·필로덴드론·스킨답서스·알로카시아·스파티필름·안스리움) 집에 있는 관엽 대부분이 여기예요. 이 친구들 조직에는 불용성 칼슘옥살레이트라는 바늘 모양 결정이 들어 있어서, 씹으면 입안이 따갑고 아파요. 침을 흘리고, 입을 자꾸 긁고, 토하기도 해요. 다만 소철과는 상황이 달라요. 너무 아파서 대개 조금 씹다 뱉기 때문에 많이 삼키기가 어렵고, 보통은 하루 안에 가라앉아요. 그래도 입이나 혀가 눈에 띄게 붓거나, 침을 계속 흘리거나, 숨쉬기 불편해하면 바로 병원이에요. 기도가 붓는 경우가 드물게 있어요. ■ 비교적 마음 놓을 수 있는 것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가 개·고양이에 무독성으로 올려둔 것들이에요. 호야 카노사(Hoya carnosa), 보스턴고사리(Nephrolepis exaltata), 칼라데아, 마란타, 페페로미아, 아레카야자요. 저희 집도 고양이가 있어서 이 쪽으로 많이 두고 있어요. ■ 여기서부터는 저도 모르는 영역이에요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무독성 목록에 없다'는 건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라, 자료가 없다는 뜻이에요. 호야만 해도 200종이 넘는데 목록에 오른 건 카노사 정도예요. 하트호야(케리)나 요즘 인기 많은 디시디아는 위험하다는 보고도 없지만 안전하다는 검증도 없어요. 저는 이런 경우 "안전해요"라고 말하지 않고, 닿지 않는 자리에 두시라고 말씀드려요. 모르는 걸 안다고 하면 그 말 믿고 낮은 선반에 두시게 되니까요. ■ 만약 먹었다면 - 무엇을, 얼마나, 언제 먹었는지 먼저 정리하세요 - 먹은 식물의 사진이나 잎 조각을 챙겨서 병원에 가세요. 종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처치가 달라요 - 인터넷 보고 억지로 토하게 하지 마세요. 성분에 따라 오히려 위험해요 - 소철을 먹었다면 증상이 없어도 바로 가세요. 간 손상은 하루 이틀 뒤에 드러나요 ■ 배치 팁 하나 행잉으로 올리는 게 도움이 되긴 하는데, 고양이한테는 만능이 아니에요. 어차피 선반 위로 올라가고, 늘어진 줄기는 오히려 장난감처럼 보이거든요. 고양이가 있는 집이면 위험한 종은 위치를 바꾸는 것보다 아예 다른 방으로 옮기는 편이 확실해요. 혹시 지금 키우는 것 중에 이름을 모르겠는 게 있으면 댓글에 사진 남겨주세요. 종부터 같이 찾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