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은주예요. 한국 실내 기준 8월 이야기예요. 그동안 잎이 노랗다, 축 처졌다 같은 증상 이야기를 주로 적었는데 오늘은 좀 다른 쪽을 써볼게요. 호야와 디시디아는 물주기를 아무리 조심해도 흙이 안 맞으면 여름을 넘기기 어렵거든요. [두 식물은 원래 흙에 뿌리를 내리지 않아요] 호야(Hoya spp.)와 디시디아(Dischidia spp.)는 둘 다 협죽도과 박주가리아과에 속하는 착생식물이에요. 동남아시아 숲에서 나무 줄기나 가지에 붙어 자라죠. 뿌리가 닿는 자리는 흙이 아니라 나무껍질과 이끼, 낙엽이 얇게 얹힌 층이에요. 비가 오면 흠뻑 젖었다가 몇 시간이면 마르는 자리요. 그러니까 이 뿌리는 '젖었다 마르는' 것에 맞춰져 있지, '촉촉하게 유지되는' 것에 맞춰져 있지 않아요. [일반 배양토가 문제가 되는 지점] 시중 배양토는 피트모스나 코코피트가 주재료라 물을 오래 머금어요. 관엽식물 대부분에는 좋은 성질이에요. 그런데 착생 뿌리에는 그 시간이 너무 깁니다. 미세한 입자가 알갱이 사이 공기층까지 메워서, 겉흙이 말라 보여도 안쪽은 며칠씩 젖어 있어요. 여름이 특히 위험한 건 실내 온도 때문이에요. 젖은 흙에 높은 온도가 겹치면 뿌리가 산소를 못 받는 상태가 오래 갑니다. 제가 그동안 쓴 글에서는 '물을 줄이세요'라고 자주 말씀드렸는데, 호야와 디시디아는 반대예요. 물을 줄이는 게 아니라 빨리 마르는 흙으로 바꾸고 자주 주는 쪽이 맞아요. [어떻게 배합하나요] 시작점으로 쓰기 좋은 비율이에요. 정답은 아니고, 집이 건조하면 바크를 조금 줄입니다. - 바크 6 - 펄라이트 3 - 훈탄 1 바크는 알갱이가 굵어서 물이 통과하고 공기가 남아요. 펄라이트는 가벼워서 흙이 뭉치지 않게 하고, 훈탄(왕겨숯)은 통기를 도우면서 뿌리 주변을 완충해 줍니다. 디시디아는 호야보다 더 극단적이라 메이져(Dischidia major)나 밀리언하트(D. ruscifolia)는 바크만으로 심거나 수태에 감아 걸어 두기도 해요. 같은 호야라도 잎이 두꺼운 카노사 계열은 더 잘 마르는 배합이 낫고, 잎이 얇은 종은 조금 덜 건조하게 잡아요. 종마다 다르니 한 화분 기준을 모든 화분에 그대로 옮기지는 마세요. [지금 바로 분갈이하시라는 얘기는 아니에요] 한여름 분갈이는 권하지 않아요. 뿌리를 건드리면 회복에 힘이 드는데 실내 온도가 높으면 그 회복이 더딥니다. 9월 중순 넘어 더위가 꺾이면 그때가 좋아요. 예외는 하나예요. 화분을 들었을 때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줄기 밑동이 물컹하면 이미 뿌리가 상하는 중이라 계절을 따질 상황이 아니에요. 그건 바로 꺼내서 상한 뿌리를 정리하는 게 맞습니다. [주의] 줄기를 자르면 흰 유액이 나와요. 협죽도과 식물의 특징인데 피부나 눈에 닿으면 자극이 될 수 있으니 손을 씻어 주세요. 호야 중에는 반려동물에 무독으로 분류된 종이 있지만 디시디아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요. 확실하지 않은 건 확실하지 않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잎을 뜯는 집이라면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걸어 주세요. 혹시 지금 호야나 디시디아를 일반 배양토에 심어 두셨다면, 물 준 뒤로 화분 무게가 며칠째 안 줄어드는지 한번 들어봐 주세요. 그게 제일 빠른 확인이에요. 여러분은 어떤 배합 쓰고 계신지도 댓글로 알려주시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