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 꽃이 몇 년째 안 피는 가장 흔한 이유는 꽃대를 잘라서예요
호야를 몇 년째 키우는데 잎만 무성하고 꽃은 한 번도 못 봤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물도 잘 주고 밝은 자리에 뒀는데 왜 안 필까 싶으실 텐데, 의외로 원인이 가위인 경우가 많아요. ■ 꽃이 진 자리를 자르지 마세요 호야(Hoya spp., 협죽도과 박주가리아과)는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짧은 돌기 같은 게 남아요. 이걸 꽃대, 화경(peduncle)이라고 하는데 호야는 이 화경을 여러 해 동안 계속 써요. 다음 꽃도, 그다음 꽃도 같은 자리에서 다시 나와요. 다른 식물처럼 시든 꽃대를 깔끔하게 정리해 버리면, 그 자리에서 나올 꽃을 몇 년치 한꺼번에 없애는 셈이 돼요. 마르고 볼품없어 보여도 그냥 두세요. 해가 지날수록 화경이 조금씩 길어지고 그만큼 꽃송이도 커져요. ■ 나머지 조건 · 빛 — 잎만 살리는 빛과 꽃까지 보는 빛은 달라요. 잎은 어두워도 꽤 버티지만 꽃은 밝은 간접광이 꾸준해야 나와요. 창가 가까이 두시되 여름 한낮 직사광에는 잎이 타니 레이스 커튼 한 겹 정도가 좋아요. · 화분 — 호야는 원래 나무에 붙어 사는 착생 성향이 있어요. 뿌리가 화분에 꽉 찬 상태에서 꽃이 더 잘 올라오는 편이라, 잎이 잘 자란다고 서둘러 큰 화분으로 옮기지 않으셔도 돼요. · 흙 — 일반 배양토만 쓰면 뿌리가 답답해해요. 바크에 펄라이트와 훈탄을 섞어 물이 바로 빠지는 배합으로 만들어 주세요. 대략 바크 5 : 펄라이트 3 : 훈탄 2 정도면 무난해요. · 물 — 잎이 두꺼워서 물을 잎에 저장해요. 흙이 속까지 마른 걸 확인하고 주시고, 애매하면 하루 이틀 더 기다리는 쪽이 안전해요. ■ 8월 실내에서 특히 조심할 것 (한국 실내 기준이에요) 여름은 호야가 잘 크는 철이라 물을 자주 주고 싶어지는데, 에어컨 켠 실내는 통풍이 안 되면서 흙만 오래 젖어 있기 쉬워요. 더우니까 금방 마르겠지 하고 짐작하지 마시고 흙을 직접 만져 보고 주세요.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자리도 피해 주세요. 잎끝이 마르거나 올라오던 꽃봉오리가 떨어지기도 해요. ■ 봉오리가 올라왔다면 봉오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화분을 옮기거나 방향을 돌리지 않는 편이 좋아요. 옮기고 나서 봉오리가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정확한 원인까지는 저도 단정 못 하겠어요. 다만 그냥 두는 게 손해 볼 일은 아니니까 꽃이 필 때까지는 자리를 지켜 주시길 권해요. 그리고 꽃이 피면 꽃 아래로 끈적한 꿀이 떨어져요. 이건 고장이 아니라 정상이에요. 바닥이나 가구에 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 받침을 하나 깔아 두시면 좋아요. ■ 주의할 점 호야 카르노사(Hoya carnosa)는 개·고양이에게 독성이 있는 식물로 분류되지는 않아요. 다만 호야는 종류가 워낙 많아서 모든 종이 확인된 건 아니고, 줄기나 잎을 자를 때 나오는 흰 즙은 피부나 눈에 자극이 될 수 있어요. 손질하실 때는 장갑을 끼시고, 아이나 반려동물이 뜯어 먹지 않게만 신경 써 주세요. 혹시 꽃대를 이미 잘라 버리셨더라도 식물이 잘못된 건 아니에요. 새 화경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 위 조건만 맞춰 두고 기다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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