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티필름(Spathiphyllum spp., 흔히 '피스릴리'라고도 불러요)은 목마르면 잎이 축 처지는 걸로 신호를 아주 잘 보여주는 식물이에요. 그런데 이 처짐이 늘 '물 주세요'라는 뜻은 아니라서, 반대로 하면 오히려 상태가 나빠질 수 있어요. 먼저 흙에 손가락을 3~4cm 정도 넣어보세요. 흙이 바짝 말라 있고 화분을 들었을 때 가볍다면 목마름이에요. 물을 흠뻑 주면 보통 몇 시간 안에 잎이 다시 꼿꼿해져요. 반대로 흙이 젖어 있는데도 처져 있고, 화분을 들었을 때 무겁고, 밑동 쪽에서 시큼한 냄새나 거뭇한 변색이 보인다면 과습으로 뿌리가 썩고 있는 거예요. 이 상태에서 물을 더 주면 뿌리가 더 상해요. 화분에서 꺼내 뿌리를 확인해서, 물러진 갈색 뿌리는 깨끗한 가위로 잘라내고 배수가 좋은 새 흙에 옮겨 심어주세요. 얼마나 잘라내야 할지 애매하면 무리해서 살리려 하지 말고, 남은 뿌리로 지켜보면서 새잎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 같은 장마 끝 무렵, 한국 실내 환경이라면 마름보다 과습 쪽을 먼저 의심하는 게 맞아요. 습도가 높고 통풍이 부족한 여름 실내에서는 흙이 마르는 속도가 느려서, 겨울 기준으로 습관처럼 물을 주면 과습이 반복되거든요. 화분 흙에 펄라이트나 바크를 섞어 배수를 개선해두면 이런 반복을 줄일 수 있어요. 스파티필름은 원예 품종이 여러 가지인데, '센세이션' 같은 대형 품종은 잎도 크고 물 요구량도 커서 소형 품종 기준 물주기 주기를 그대로 적용하면 안 돼요. 갖고 계신 게 어떤 품종인지 모르겠다면 크기와 잎 개수를 보고 물주기 간격을 조금씩 조절해가는 게 안전해요. 그리고 스파티필름은 칼슘옥살레이트 결정을 갖고 있어서 반려동물이나 아이가 잎을 씹으면 입안이 화끈거리고 침을 많이 흘릴 수 있어요. 반려동물을 키우신다면 손이나 입이 닿지 않는 곳에 두시는 게 좋아요. 뿌리를 꺼내봤는데 상태가 애매해서 판단이 안 서면, 여기 나온 기준만으로 단정하지 마시고 사진과 함께 다시 물어봐 주세요.